▶행복마스터 조우진 경위.
26년차 경찰인 조우진 경위는
웃음을 나눠주는 행복마스터입니다.
인천경찰청 현장강사로 인천 경찰들의 직무교육과 소양교육을 담당하는 조 경위는 레크리에이션 자격증과 웃음치료 자격증 소지자입니다. 그가 이 자격증을 딴 이유는 슬픔과 아픔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나눠주고 싶어서입니다. 보육원과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관과 노인요양원 등지를 찾아다니며 웃음을 선물하며 슬픔과 아픔을 덜어주는 조 경위는 빼어난 사회 솜씨로 좌중을 휘어잡으면서 웃음보를 터트립니다. 인천농아인협회의 '사랑의 수화 한마당' 행사를 4년 동안 진행하면서 인천외국인인력지원센터의 체육회와 송년회 등에서 재능기부 사회자로 활동했던 그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교전담경찰로 근무하던 2016년도에처음 만난 그 친구는 중학교 2학년으로 하얀 얼굴에 귀티가 흘렀는데 눈망울에선 어떤 슬픔이 흘렀습니다. 그 친구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어서 조금 더 챙겨주려고 했는데 여러 상황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5년 전에 처음 만난 영철(가명·20세)이는 중학교 2학년으로 소위 문제아였습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일으킨 영철이를 조 경위에게 부탁했고 조 경위는 원인 파악을 위해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한부모 가정인 영철이네는 기초생활 수급가정으로 여러 갈등이 상존했습니다. 야간 업소에서 일하는 엄마의 잔소리와 간섭, 할머니와 엄마의 잦은 싸움 그리고, 중2병을 앓고 있는 영철이의 반항까지 뒤엉키면서 영철이네 집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가정이 따뜻한데도 아이들이 추운 거리를 떠돌까요.
조 경위의 중재로 영철이네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엄마와 할머니의 싸움이 멈추면서 엄마의 잔소리가 줄었고 영철이의 결석과 문제 행동도 줄었습니다. 조 경위는 영철이와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수학 여행비를 지원하는 등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위기 가정의 불화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인화성을 갖고 있어서 좀처럼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 경위의 중재로 휴전 상태였던 엄마와 할머니의 싸움이 재발되면서 영철이의 학교폭력 또한 재발했습니다. 결국 영철이는 강제 전학 조치 징계를 받고 타 관내 학교로 가게 되면서 조 경위의 보호 손길에서 떠났습니다.
아내와의 외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한 동안 소식이 없던 영철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전화를 한 영철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 사고를 쳤는데 그 정도가 커서 소년재판을 받고 소년보호시설로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 경위는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통화를 마친 조 경위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철이를 더 챙기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은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북받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쌤!"
지난 4월 21일이었습니다. 5년 전에 비해 덩치도 커지고 오토바이 헬멧까지 썼지만 영철이인 것을 대번에 알아본 조 경위는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르자 영철이가 덩달아 반가워하며 '쌤'이라며 인사했습니다. 조 경위는 반갑게 인사하는 영철이가 고맙고 미안해서 목이 메였습니다. 더 챙겨주지 못하고 끝내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 아픈 손가락이었던 영철이를 잊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조 경위는 영철이와 헤어지면서 안전운전을 당부했습니다. 조 경위는 부모 이혼과 가정해체, 가난과 결핍 등의 불우한 환경에 의해 위기청소년이 된 아이들, 절망하고 방황하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보면 미안합니다. 잘 보살펴주지도 못한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뉘우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나쁜 놈이라고 낙인찍는 게 너무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따뜻하게 위로하고 안아주면 언젠가 돌아온다고 믿는 조 경위는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영철이가 고마웠습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은! 우리도 청소년 시절에 방황하지 않았나요?
성호(가명·16세)는 1년 전에 조 경위에게 붙잡혔습니다. 물건을 훔치다 달아난 자신을 붙잡은 경찰이니 미워할 수도 있는데 성호는 오히려 조 경위를 삼촌이라고 부릅니다. 그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위로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삼촌의 위로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소년재판을 받고 보호시설에 갔다 온 성호는 최근에 조 경위 아니, 삼촌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보호시설에 갔다 온 뒤 사고를 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긴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또 다시 사고치고 이날(4월 24일) 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성호는 죄 값을 치르고 돌아오겠다면서 삼촌에게 감사하고, 죄송하고, 사랑한다는 인사말을 아래와 같이 남겼습니다.
"삼촌이 편지 자주 써주셔서 많은 힘이 되었어요. 진짜 편지를 받는 순간 너무 행복했고 그 편지 덕분에 그 힘든 곳에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그랬던 저는 나와서 절대 사고 안치고 학교 다니며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생각대로 되질 않아서 너무 힘들고 속상했어요. 저는 오늘 또 다시 들어가요.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삼촌이 계속 걱정해주시고 끝까지 제 마음을 잡아주셔서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가게 되었어요!
삼촌이라 부르는 것도 그만큼 정이 생겨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는데 첫 만남이 그립네요. 그때로 돌아가서 멈췄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제가 저지른 일은 다 벌 받고 올게요. 제 마음 바뀌게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잊지 않을게요. 저 오늘 심사원으로가요 ㅎㅎ. 항상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사랑해요ㅠㅠ❤️❤️"
엄벌(嚴罰)은 응징하고 싶은 마음을 후련하게는 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별로 없습니다.반면 따뜻한 위로는 별 힘이 없는 것 같지만 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 경위는 위기청소년들을 당장에 변화시키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위기청소년들은 그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으면서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물론, 성호는 재비행의 잘못을 저질렀지만 철이 들고 나이가 들어 삶을 깨닫는 언젠가는 삼촌의 따뜻한 위로를 기억하면서 죄의 사슬에서 벗어나 돌아올 것입니다. 방황하던 탕자가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처럼….
위기청소년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닦아줄 수 있습니다.소외와 차별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로를 해주면 아이들은 그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세상을 향한 억울함을 날려 보냅니다. 반면에 엄벌과 비난으로 격리하고 외면하면 이 세상을 분노하며 증오를 품습니다. 그러므로 조우진 경위의 따뜻한 위로는 실적으로 잡을 순 없지만 최고의 범죄예방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위해 눈물 흘려준 조 경위의 눈물과 가슴 따뜻하게 안아준 품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아픔의 청소년기를 보내고 건강한 시민으로 돌아올 것을 저 또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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