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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사역 10주년의 고백

[조호진 시인의 7월 감사편지]

     


지난 7월 12일이

창립 10주년이었습니다.

     

10주년이면 행사 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초대장을 발송하고 행사기획에 몰두해야 하는데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하, 어게인) 이사이신

김종택 목사님을 모시고 저희 부부까지 세 사람이 참석한

작은 감사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게인에게 7월은 아주 바쁜 달입니다. 2024년 보조금 사업에 대한 중간보고 및 중간점검 기간인 7월에는 ▲‘어게인_방과후학교’(이하, 어게인학교) 운영비를 지원해준 <공공상생연대기금>에 대한 사업보고서 제출 및 방문 점검 ▲직원(1명) 인건비를 지원해준 <바보의 나눔>에 대한 사업보고서 제출 및 방문 점검 ▲행정안전부 보조금에 대한 사업보고서 제출 ▲부천교육지원청(이하, 부천교육청)의 ‘다문화공유학교’ 선정에 따른 각종 행정서류 처리 및 사업자등록증 발급 등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습니다.

     

이와 함께 2025년도 보조금 사업 제안서를 7월~8월 두 달 동안 준비해야 합니다. 산적한 업무와 이주 청소년을 위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바빠서 10주년 기념행사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10년이 되도록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했습니다. 귀가해서도 밀린 서류와 각 사업과 씨름했습니다. 10년이 되면 형편이 좀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형편은 나아지지 아니하고 일은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제쯤 쉬게 해주실까? 조금은 편하고 여유있게 일하게 해주실까? 불만 섞인 마음 밭에 말씀을 주십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장9절)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려진

청소년과 미혼모 등의 위기 청소년 돕는 일은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 등 위기에 처한 나그네 돕는 일을 하던

2012년 5월, 연쇄 방화로 구속된 다문화 청소년을 돕다가 시작됐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이 소년은 자신을 낳아준 러시아 엄마에게 버림받은 뒤

한국인 조부모 품에서 자랐고, 왕따 등의 인종 차별을 겪다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정불화 끝에 집을 나갔습니다.

노점상 아버지는 북녘 고향을 그리며 슬피 우셨습니다.

연년생 형은 어머니 가출 후 방황하다가 소년원에 갔습니다.

     

소년처럼 버림받은 적 있었고, 소년처럼 눈물 흘린 적 있기에

소년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아니하고 소년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좌충우돌한 세월이 10년입니다.

     

소년원 출원생과 학교 밖 청소년, 어린 미혼모 등의 위기 청소년을 돕다가 지쳤습니다. 아무리 도와주어도 희망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초심을 잃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소년들은 변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밑바닥을 전전했으나 위기 청소년들은 사랑보다는 돈을 원했고, 밥보다는 술과 담배를 좋아했고, 등을 돌릴 때는 그냥 돌리지 않고 비수를 꽂았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아이들을 끝내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미워하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 잘못이 아이들만의 잘못인가? 따지고 보니 버려지고 짓밟히면서 자란 그 아이들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사회에 적응한 것이고,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각자도생 사회에 부응한 것이었습니다. 그 아픔을 알고 뛰어들었지만, 그래서 소년의 눈물을 더욱 닦아주어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나만 찔리지 않으면 된다는 각자도생 사회의 뒷골목에서 소년들에게 찔리고 또 찔리다 보니 흔들렸습니다. 그렇게 찔린 세월이 10년이면 죽으면 죽으리라, 위기 청소년에게 더 다가가야 하는데, 더 당하지 않겠다고 몸을 사렸습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잘한 게 있다면 이 바닥을 떠나지 않고 버틴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서야 할 자리를 깨달은 것입니다. 어게인 초기엔 대표였습니다만 지금은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습니다. 겸손해서가 아닙니다. 수고 좀 했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나! 잘난 척하거나 교만해지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던지라 어게인과 저를 위해 뒷장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자칭 ‘소년희망배달부’가 됐습니다.

     

소년희망배달부의 주요 임무는 70평 넘는 ‘어게인_방과후학교’(소년희망센터)를 청소하고, 아이들과 선생님들 저녁 식사를 위해 반찬을 배달하고,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는 것입니다. 한여름에 땀을 흠뻑 흘리면 지치고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어게인 사역에 걸림돌이 되지 아니하고 쓸모 있는 존재로 사는 것만 같아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랑한다는 말은 능숙하게 하지 못하나 몸으로 때우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어게인학교’에는

베트남과 파키스탄, 필리핀과 몽골 등

10개국에서 온 이주 청소년 41명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교장과 교사, 직원과 학습 보조 봉사자 14명까지 합치면 50명이 넘습니다.

     

부모의 이주로 인해 원치 않게 한국에 온

‘어게인학교’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 중의 상당수는

가정폭력과 학대, 학교폭력과 왕따 등의 상처가 있습니다.

또한, 30%가량은 한부모 가정이고 30%가량은 재혼가정입니다.

상처와 아픔, 절망과 비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어린 나그네들입니다.

     

어게인학교 개교 1년을 넘으면서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따뜻하게 품어주었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처음엔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던 아이들이 편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절망에 빠졌던 아이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희망의 몸짓을 펼쳤습니다.

다 잘되기야 하겠습니까. 질풍노도의 시기인데 모범생들만 있겠습니까.

말썽을 피우고, 집단행동을 하고, 공부를 방해하는 아이까지 생겼습니다.

     

‘어게인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재정 문제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개인 지도 등 질 높은 교육 서비스는 물론이고, 심리상담 전문가의 개별상담과 따뜻한 밥으로 차린 저녁 식사와 간식 등을 제공한 결과 학생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늘고 아이들이 행복할수록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어려움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함에도 ‘어게인학교’를 운영하길 잘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낯선 땅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이주 청소년들이 절망을 딛고 희망으로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는데, 이처럼 귀한 생명 살리는 사역을 주셨습니다. 천하의 어떤 권세보다 크고 놀라운 권세를 주셔서 이런 영광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10년 내내 어려웠지만

직원 월급 한 번도 밀린 적 없었고

월세 또한 한 번도 밀린 적 없었고

     

위기 청소년과 미혼모 때문에

속상하고 좌절한 적이 참 많았으나

아이들을 이용한다고 누명을 쓴 적 없었고

     

이 자리는 내 자리다 네 자리다

자리를 놓고 다투거나 패거리 짓지 않았고

회계가 불투명하다 사리사욕 채웠다 의심받은 적 없었고

     

후원회원 되어달라고 길길이 날뛴 적 없었고

후원회원을 잘 관리한 적도, 대접한 적도 없는데

10년이 되도록 묵묵히 후원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참 신기하고

참 미안하고

참 감사합니다.

     

 

[7월 후원인 명단]

     


내가 이렇게 수고한 사람인데!

내가 얼마를 후원한 사람인데!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알아주어야 수고하는 세상에서

알아주어야 후원하는 세상에서

알아주어야 도와주는 세상에서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상관하지 아니하고 묵묵히

후원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감사 인사밖에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강미경 강미원 강봉진 강창훈 고현주 고행숙 곽선희 권길선 권명숙 권미선 권미순 권수경 권수아 권연식 권영림 권차랑 그교회 김근실 김금자 김기현 김덕순 김도영 김도윤 김명호 김명희 김미령 김민수 김성은 김소영(1972) 김소영(1973) 김신나 김연례 김원봉 김인규 김종택 김준수 김준희 김춘지 김한나 김현겸 김현주 김혜미(김미진) 김혜순 김혜연 김홍주 김효정 김희정 남기창 남서울교회(비) 남철표 두현호 류미라 류제환 류창형 문상순 문성주 문정라 박미자 박병엽 박숙정 박아론 박아사 박영주 박예진(의정부범골로) 박예진(의정부오목로) 박정애 박재섭 박종선 박종택 박찬수 박철현 반태경 배용원 배현숙 법무법인에스 법무법인한누리 변종필 사회적협동조합행복나눔 생명교회주재훈 서기영 서은주 서인수 소갑순 소광섭 소윤숙 소은정 손다은 손석봉 송금숙 송봉은 신소정(서진상) 신양선 신예영 신정아 신창선 신춘례 신희지 심정섭 안성진 안은숙 안재진 안지현 안혜리 엄서영 엄효정 오선예 오세훈 원대한 유동현 유미화 유정숙 유해연 윤승희 윤영선 윤이나 윤태경 이기진 이대성 이도경 이도현 이명우 이미자 이서영 이선희 이성민 이소라 이수경 이수진 이슬기 이시영 이연주 이영숙 이영순 이영종 이용규 이용창 이원태 이은경 이은미 이은희 이인영 이제승 이종선 이주은 이주희 이지은 이진아 이한승 이현종 이혜원(부천) 이혜원(안양) 임덕택 임태숙 임태호 임희정 장경숙 장병규 장유영 전유라 정선화 정성회 정세훈 정유용 정윤경 정준오 정찬길 정현아 조성록 조솔 조승 조영기 조우진 조일순 조현명 조현숙 조호진 ㈜윤현상재 진영숙 진종옥 차수련 차영조 차향매 청파교회 최남식 최성초 최수길 최순희 최윤성 최의승 최의정 표대중 한석훈 한성수 한여름 한영순 해냄기획사회적협동조합 허윤 허의숙 현지현 홍석경 홍영주 황미하 황재훈 황현성 황현숙 황홍구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은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_방과후학교>와 위기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카페 <소년희망공장>을 운영하면서 인천가정법원으로부터 보호소년들을 위탁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 등의 위기 청소년과 어린 미혼모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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