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와 등대장학회에 보내는 연대의 편지
![▲ <어게인학교>에 다니는 이주 청소년들은 경기도 부천의 공장 지역에 있는 가난한 동네에 삽니다. 베트남 이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이 동네의 집세는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16만 원, 보증금 120만 원에 월세 13만 원 등으로 허름한 단칸방입니다. © 조호진](https://static.wixstatic.com/media/b05421_45b25a106b484e3a8a22987414a8e869~mv2.jpg/v1/fill/w_980,h_1307,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b05421_45b25a106b484e3a8a22987414a8e869~mv2.jpg)
캄보디아 출신 엄마와 단둘이 사는 '란'이는 눈이 동그란 여중생입니다.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란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아동보호 시설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이혼의 아픔으로 캄보디아로 떠났던 엄마가 다행스럽게도 한국으로 되돌아오면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너무 가난한 데다 일자리까지 구하지 못한 란이네는 나라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살고 있습니다.
란이가 자꾸 아픕니다. 배와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란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처음엔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란이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생활고에 의한 불안과 두려움에 의한 스트레스성 질병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왜 안 그러겠습니까. 타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삶의 방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엄마와 그 엄마가 언제 또다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소녀에게 이 세상은 얼마나 무섭고 불안하고 두려울까요.
이런 란이에게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어그부츠'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배와 머리가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쉽게 갈 수 없었던 란이에게 어그부츠는 그림 속 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란이에게 병원비를 지원하고 장학금을 주선하는 등으로 돕고 있는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학교’(교장 최승주)는 한 공익재단이 보내준 선물 구입비로 란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던 어그부츠를 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란이가 선물을 사주신 분에게 감사 편지를 이렇게 썼습니다.
“올겨울에
따뜻한 선물을 받아서 기쁘고
특히, 가지고 싶은 선물 받아서
겨울 한동안은 따뜻할 것 같아요.”
![얘들아,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절망하지 말고, 기죽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벽을 넘어가자!](https://static.wixstatic.com/media/b05421_bf696b4ddb904310bd6af93c2623ae15~mv2.jpg/v1/fill/w_980,h_694,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b05421_bf696b4ddb904310bd6af93c2623ae15~mv2.jpg)
티셔츠와 바지를 선물로 받은 '르'(가명)와 백패를 받은 '찡'(가명) 남매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없는 아이들'입니다. 한국에 돈 벌러 온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부모가 이들 남매를 한국에서 낳은 뒤 아빠 혼자서 몽골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뒤, 소식이 끊기면서 가지도 오지도 못하게 된 엄마는 미등록 즉, 불법체류자로 20년 가량 살고 있습니다.
이들 남매는 몽골 사람이지만 몽골어를 못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학교에 다녀서 그런 것입니다. 생김새도 한국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분은 미등록 외국인입니다. 이들 남매는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들 남매에게 무기수 아저씨들이 준 선물은 어떤 선물일까요.
란이뿐 아니라 '주니'도 선물을 받았습니다. 필리핀 출신 엄마와 단둘이 사는 주니는 멋진 겨울 바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주니는 “추운 겨울에 선물을 받아서 마음이 따스해졌다”면서 “따사로운 마음을 전해주는 행복은 저의 웃음을 그칠 줄 모르게 한다”며 기뻐했고 베트남에서 온 중도 입국 이주 청소년 '투이'와 '꽝하'는 “신발이 예뻐요”, “주신 선물이 마음에 들어요”라며 좋아했고, 중국에서 온 '준'이는 “주신 선물 받고 감동했다”며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겨울 점퍼를 선물로 받은 학교 밖 청소년 '정희'는 “예쁘고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나이키 운동화를 선물로 받은 남학생 '넷'(베트남)과 '샨'(파키스탄)은 꿈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 안 그러겠습니까.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도 가난한 부모에게 사 달라고 할 수 없어서 꿈으로만 간직했던 메이커 신상, 아이들에게 ‘메이커’ 신상을 고르라고 했더니 놀란 눈빛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메이커 운동화와 백팩 등을 선물로 골랐습니다.
무기수 아저씨들이 주신 선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신고 다니지 않습니다. <어게인학교> 신발장에는 헌 신발로 채워져 있습니다. 신발이 다 헤어질 때가 신어야 했던 가난한 옛 시절, 새 신발이 생기면 가슴에 품고 잤던 가난한 추억이 떠올라 이주 청소년들이 짠했습니다. 그래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려고 신발을 신고 학교에 오라고 했더니 일부 청소년은 방학을 맞아 베트남과 중국 등 본국에 갔다 온다며 떠났고 일부 청소년이 남아서 어렵사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얘들아,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낙동강변 2인조' 사건 피해자 등이 만든 '등대장학회'의 슬로건은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더 갖게 하는 것'입니다. © 등대장학회](https://static.wixstatic.com/media/b05421_f8bb321850cb40fa9b9563e947b1e86b~mv2.jpg/v1/fill/w_980,h_969,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b05421_f8bb321850cb40fa9b9563e947b1e86b~mv2.jpg)
경기도 부천에 있는 '어게인학교'를 통해 이주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 등 35명에게 선물을 준 단체는 '등대장학회'입니다. 돈이 아주 많거나 권력 있는 사람들이 치적을 쌓기 위해 만든 장학회가 아닙니다. 장동익 이사장은 경찰의 고문과 폭행으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그마치 21년이란 세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 누명을 벗었습니다.
등대장학회에는 장동익 이사장과 함께 '낙동강변 2인조'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21년 간 옥살이를 했던 최인철님, '이춘재 8차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님, '삼례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 최성자님 등 박준영 변호사의 재심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고 새 삶을 살게 된 분들이 의지할 곳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빛을 나누어주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국가로부터 받은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으로 출연금(5억원)을 마련해 만든 공익재단법인 '등대장학회'의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더 갖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등대장학회'를 만든 분들은 청소년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분들입니다.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하고 그래서 힘을 빼앗긴 약자가 있다면 긍휼한 마음으로 도와야 마땅한데 약자에게 유독 가혹한 이 세상은 이들을 괴롭히고 피눈물 나게 하면서 한을 품게 합니다. 이 세상이 평안하지 못한 까닭은 재화와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려고 약자의 작은 몫마저 빼앗고 짓밟고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씌우기 때문입니다.
욕망이 욕망을 낳고 절망은 끝끝내 희망을 낳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요. 억울한 사람은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하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의 피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세상, 그런 나쁜 세상을 만드는 데 가담하면서도 자신만의 안녕을 꾀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겐 안녕이 아니라 화가 있을 것입니다.
무기수였던 등대장학회 어른들이 의지할 사람 한 명 없는 한국에서 사는 이주 청소년들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나눠준 선물은 그냥 선물이 아니라 가난과 절망, 왕따와 차별의 벽을 넘어 희망의 빛으로 일어서라는 위로이고 격려입니다. 가난하고 못 배워서 억울한 누명을 썼던 등대장학회 어른들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고, 엄마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주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주는 손길은 동병상련의 온기이고 자신들처럼 피눈물 흘리지 않기는 간절히 바라는 약자들의 연대이고 기도입니다.
![▲ 경기도 부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하, 어게인)이 만든 '소년희망센터' 개소식에서 감사패를 받고 있는 어게인 홍보대사인 박준영 변호사. © 권산](https://static.wixstatic.com/media/b05421_7af4e605ea53469687a4776ec3c12cfa~mv2.jpg/v1/fill/w_980,h_1216,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b05421_7af4e605ea53469687a4776ec3c12cfa~mv2.jpg)
<어게인학교>를 운영하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사장 임진성)의 홍보대사인 박준영 변호사는 등대장학회 무급 상임이사입니다. 그는 등대장학회 이사들의 피 같은 장학금을 온전히 사용하고 싶어서 상근 직원을 두지 않고 자신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심 사건으로 그렇게 바쁘면서도 장학금이 꼭 필요한 청소년에게 전달하려고 애를 태우며 이리저리 뛰는 것은 불우한 청소년의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박 변호사는 장학금을 주면서 일장 연설하지 않습니다. 불우 청소년들은 작은 상처에도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상처 많은 이웃을 도우면서 도움보다 상처를 더 많이 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약자의 아픔을 겪은 이들 중에는 예전의 자신이었던 약자를 외면하면서 욕망의 가도를 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 변호사는 왜 약자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요. 불우했던 청소년 박준영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걸까요.
박 변호사는 최근에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4년간 옥살이하던 무기수 김신혜씨의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한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이끌었습니다. 박 변호사는 불우했던 자신과 닮은 등대장학회 이사들처럼 가난하고 억울한 김신혜씨의 단순한 법률대리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약자라는 이유로 쇠창살에 갇힌 김신혜씨의 울부짖음 속에는 자신의 아픈 과거가 동병상련으로 연결되었기에 법률대리인을 뛰어넘는 아픔의 연대를 통해 반인권적 사법 권력과 맨몸으로 싸우면서 누명이란 원한을 씻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김신혜 무죄를 이끈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에 "억울한 사람들의 피눈물을 이리도 닦아주시니 하나님도 참 대단하다! 칭찬하실 것입니다.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랬더니 박 변호사가 유대인 출신의 시인 '파울 첼란'의 "음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자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선배님과 저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답했습니다. 그의 말을 묵상했습니다.
음지(陰地), 약자들이 살아가는 슬픈 땅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박 변호사가 나를 가리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주었으니 '진실의 길'을 떠나거나 딴짓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가시밭길을 10년 넘게 걸었더니 고달프고 힘들어서 이제는 그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울뚝불뚝하던 차에 박 변호사가 위로와 연대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2025년 또한 힘들겠지만 진실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등대장학회 아저씨들에게 따뜻한 선물을 받은 이주 청소년들이 쓴 감사의 편지입니다. © 조호진](https://static.wixstatic.com/media/b05421_ae6a9d81fcd4496f8bd4e60d07130ce6~mv2.jpg/v1/fill/w_980,h_694,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b05421_ae6a9d81fcd4496f8bd4e60d07130ce6~mv2.jpg)
[2025년 1월 후원인 명단]
나보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못된 아이들
나보다 약한 이웃들을
괴롭히는 힘센 사람들
그렇게 살기를 거부하고
나보다 약한 아이들을 보살피고
나보다 약한 이웃들을 품어주시는
따뜻한 여러분과 2025년 새해를 엽니다.
강미경 강미원 강봉진 강창훈 고행숙 고현주 곽선희 권길선 권명숙 권미선 권수경 권수아 권영림 권연식 권차랑 김금자 김기현 김난주 김덕순 김도영 김도윤 김명호 김명희 김미령 김민수 김범준 김성순 김소영(1972) 김소영(1973) 김신나 김연례 김유경 김은숙 김이정 김인규 김종택 김준수 김준희 김춘지 김치하 김한나 김현겸 김현주 김혜미(김미진) 김혜순 김홍주 김효정 김희정 꿈마을엘림교회25(김혜연) 남기창 남서울교회(비) 남철표 두현호 류미라 류제환 류창형 맘맘(박아사) 맹은경 문상순 문성주 문정라 박미자 박병엽 박숙정 박아론 박영주 박예진(의정부범골로) 박예진(의정부오목로) 박은경 박재섭 박종선 박종택 박찬수 박철현 반태경 배용원 법무법인에스 법무법인한누리 변종필 사회적협동조합행복나눔 생명교회주재훈 서기영 서연경 서은주 서인수 소갑순 소광섭 소윤숙 소은정 손다은 손석봉 송경주 송금숙 송봉은 신경식 신소정(서진상) 신양선 신예영 신정아 신창선 신희지 심정섭 안성진 안소영 안은숙 안재진 안지현 안혜리 엄효정 염덕자 오선예 원대한 유동현 유미화 유정숙 윤승희 윤이나 윤태경 ㈜윤현상재 은평청파이주경 이기진 이대성 이도경 이명우 이미자 이서영 이선희 이성민 이성숙 이소라 이수경 이슬기 이시영 이연주 이영미 이영숙 이영순 이영종(엄만용) 이용규 이용창 이원태 이은경 이은미 이은주 이은희(서울) 이은희(울산) 이인영 이제승 이종선 이주은 이주희 이지은 이진아 이한승 이현종 이혜원(부천) 이혜원(안양) 임덕택 임태숙 임태호 임향숙 임희정 장경숙 장유영 전유라 정문권 정선화 정성회 정유용 정윤경 정준오 정현아 조성록 조솔 조승 조영기 조우진 조현명 조현숙 조호진 진영숙 진종옥 차수련(연) 차영조 차향매 청파교회 최남식 최성초 최수길 최순희 최윤성 최의승 최희정 콜마홀딩스 표대중 하상애 한석훈 한성수 한여름 한영순 허윤 허의숙 현명숙 현지현 홍석경 홍영주 황미하 황재훈 황현성 황현숙 황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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